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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당 홍성큰시장 야채호떡

맛 그리고 추억

by 구짱 이갈용 2024. 10. 17.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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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딸아이와 함께 미래교육 한마당이라는 곳을 찾았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홍성문화체육센터에서 열리는데 학교에서 참가신청을 미리 받았었기에 예정된 방문이었다.
AI, SW, 환경, 수학, 과학 관련 체험부스 안내 문자를 받고 광고하는 박람회라고 생각했다.
명백한 오해였고 잘못된 생각이었다.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영재교육, 체험교육을 다양하게 경험하고 편리하게 한 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교육청에서 이상한 박람회를 개최한 것이라 오해한 과오를 반성하고 괜스레 교육청과 교육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쿠우쿠우로 모임을 가는 길에 만난 오늘의 달은 예고된 것처럼 슈퍼문이었다.
달이 점점 차오르고 차 올라 내 머리 위에 떠 있는 기분이 든다.
왜 늑대인간은 달을 보고 그리도 울기만 했을까?
올 가을에는 감성에 젖어 우울함과 눈물을 조금 느끼고 흘리기를 달을 보면서 기원해 본다.

어제 새벽까지 이어진 술자리는 오늘까지 영향을 주었다.
어차피 책도 반납해야 하고 차도 찾고 엔진오일도 교체할 필요가 있기에 오후에 휴가를 냈다.
무엇으로 속을 달래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지난여름에 방문했었던 신성식당의 칼국수가 떠 올랐다.

사진첩을 살펴보니 8월에 먹은 냉면 사진들이 있었다.
단돈 5천 원의 칼국수 그리고 여름에만 맛볼 수 있는 냉면과 콩국수는 6천 원이다.
곱빼기는 천 원 추가이며 모든 식재료는 국내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처럼 혼자 와서 식사하시는 분들이 제법 계시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대부분이지만 내 나이 또래도 간혹 보인다.
테이블마다 놓여 있는 소금과 고춧가루는 간을 맞추기 위해 준비되어 있다.
젓가락과 숟가락을 세팅하고 음식을 기다려본다.

작은 물병에 담긴 보리차가 시원하다.
신성식당의 반찬은 두 가지이다.
열무김치와 섞박지!
열무김치가 아삭한 것이 잘 익었고 섞박지는 쌉쌀한 것이 무난하다.

살얼음이 그득하게 담겨 있는 육수가 녹아내리기를 기다려본다.
냉면 위 오이채와 통깨, 삶은 계란 반 개를 올려 준 것이 양이 제법 많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투박하고 꾸밈없는 데코레이션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육수가 녹으면서 자작해졌다.
가위로 먹기 좋게 면을 자르고 육수와 양념장과 하나 될 수 있도록 잘 비벼내 본다.

치아가 시릴정도로 육수가 시원하고 면도 쫄깃하고 찰진 것이 기성품의 맛이 강하다.
6천 원에 푸짐하고 든든하게 속을 채웠으니 이 정도면 가성비 만족스럽다.

이상 지난여름에 먹었던 신성식당 냉면에 대한 기록이다.
다음에는 가을에 먹었던 신성식당 칼국수에 대한 기록이다.

섞박지와 열무김치를 김치냉장고에 꺼내는 모습을 보았다.
한 계절이 지났지만 열무김치는 여전히 아삭하고 섞박지는 여전히 쌉싸름하다.

탁한 빛깔의 국물 속에는 당근, 애호박, 양파들이 면과 함께 들어 있다. 
김가루와 통깨는 짭조름과 고소함을 가미시켜 준다.
면을 뒤적거리면그릇 바닥에 바지락이 약 10개 정도 깔려 있다.

적당한 농도의 칼국수 국물이기에 강함도 약함도 아닌 적당한 담백함과 시원함, 칼칼함이 살포시 입 속에 내려앉는다.
양푼에 담겨 나오지만 뜨끈뜨끈하기에 칼국수 면을 앞접시에 덜어 먹으면서 이 국물과 함께 즐겨본다.

홍성의 유명한 칼국수집들은 대부분 붉은 국물의 장칼국수 스타일이다.
그렇기에 해장하기 좋고 땀 흘리기 좋고 자극적이면서 맛이 강하다.
신성식당 칼국수는 딱 중심을 잡고 있는 맛이다.

너희들이 머라 그래도 난 충남 홍성 스타일로 뚝심 있고 묵묵하게 담백하고 허투루 보이지 않게 내 할 일을 하겠다.
이 음식을 맛볼 때마다 난 그런 생각이 든다.
할머님도 그렇고 따님들도 그렇고 무뚝뚝한 응대지만 깔끔하고 불편함 없이 음식을 내오고 처리해 주시는 모습이다.
시장에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일까?
딱 선을 지키면서 할 건 해주시고 못 할 건 단칼에 잘라버리는 카리스마가 보인다.

신성식당 칼국수는 먹는 양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곱빼기가 필수겠지만 난 이 야채호떡을 먹기 위해 딱 정량만 먹는다.
학창 시절 명동골목 사거리를 지나자마자 작은 삼거리 구석에서 만날 수 있었던 그 야채호떡의 맛을 아는 사람이 있는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중 하나라도 홍성에서 보냈다면 이 호떡집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인상 좋았던 호떡집 아저씨도 이제는 할아버지가 되셔서 손님들을 맞이하시고 할머님이 열심히 구워주신다.
일주일에 딱 두 번만 문을 여시는 곳이기에 연로하신 두 분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해 본다.

이 집은 꿀호떡도 맛있지만 시그니쳐는 역시 야채호떡이다.
직접 만드신 야채소를 넣고 살짝 터져 있는 호떡의 반죽 사이로 나오는 야채의 담백함과 고소함이 묘하게 맛있다.
당면과 양파, 감자와 당근에 삼삼하게 간을 했고 기름으로 갓 부치고 튀겼으니 맛이 없을 리가...
한 번에 10장 이상 포장해 가시는 분이 많기에 오늘도 역시 난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그 기다림을 보상할 만한 추억을 맛볼 수 있었다.

신성식당도 홍성야채호떡도 추억을 선사하고 오늘을 만들어주는 장소이기에 간혹 들리면 즐겁고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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