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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

by 구짱 이갈용 2024. 11. 1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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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스물! 갓 대학에 입학했던 나는 학교 공부를 등한시했다.
봄에 피는 벚꽃이 좋았고 여름에 피는 장미에 빠져있었다.
물들어가는 잎사귀들의 가을과 외롭고도 고독한 겨울나무들을 바라보는 것이 좋았다.
난 간혹 떠 오르는 감성을 주체하지 못하고 다이어리에 시를 적기 시작했다.
그 시를 대학 친구에게 보여주면  그 오글거림에 대한 혹평과 비난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냥 감성을 담아 쓴 글귀! 그 자체를 좋아했고 잠시 즐겼으면 좋았을 것을...
내 주제에 무슨 시를 쓰냐? 꼴값 떨지 말고 술이나 마시자! 
고교시절 시조를 좋아하고 시의 담긴 의미를 찾는 것이 재미있었던 나는 그냥 술과 함께 대학 생활을 보냈다.
중년이 되니 계절의 변화를 만끽하고 멋지게 나이 들어가겠다는 모토가 생겼다.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 난 꽃과 나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살랑거리는 바람과 따스하게 나를 비추는 햇살을 고마워하고 즐기는 기쁨을 깨달았다.
지인과의 대화 중 우연하게 나온 그 한 마디가 머리를 멍하게 만들어버렸다.
"그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었을 때 나는 꽃이 되었다."
어디선가 들어보았던 글귀였는데...
이건 분명 시의 한 구절인데...
누구의 시일까? 이 시의 끝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검색을 하고 무언에 홀린 듯 구매를 했다.
[김춘수 탄생 100주년 기념 시 그림집]
 

 
마음에 여유가 없는 시간이 언젠간 올 것이다.
난 마음에 새길 시 한 편으로 소심하고 용기가 부족한 내 마음, 자존감에 힘을 북돋아 줄 것이다.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는 그런 시 한 편을 천천히 읇조리고 낭독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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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되고 싶다. 나도 하나의 꽃이 되고 싶고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어찌 보면 난 어린 시절부터 인정을 받고 싶어 했기에 애정을 필요로 한 인간이었다.
독특한 행동을 하고 남들보다 튀어 보이려고 그렇게 옷을 입었던 것이다.
한 번 했던 말과 행동으로 남들의 시선을 끌었던 것을 잠시 즐겼던 것이다. 
SNS 인플루언서들을 보라!
구독과 팔로우, 조회수를 통해 그들은 타인의 관심을 먹고사는 이들이다.
감당할 수 있겠는가? 인간은 시기와 질투를 장착한 사회적 동물이기에 그 짓거리에...
난 자신이 없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차분하고 조용하게 내 의견을 표출하는 지금이 더 좋다.
시야가 더욱더 넓어지고 생각이 더 논리적으로 내 몸과 마음을 지배하도록 깨닫는 시간이 좋다.
운동을 통해 체력을 단련하고 힘을 길러 내 몸과 마음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단련하는 시간이 좋다.
그렇게 오늘도 난 나만의 눈짓 나만의 몸짓 나만의 손짓 나만의 발짓으로 꽃을 피워나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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