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날 감싸 안아 주었다.
가을비가 촉촉하게 내리고 흠뻑 물을 머금 잎사귀들이 옷을 바꾸어 입는다.
이제 바람이 불고 잎사귀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난여름 용현집으로 어죽과 돈가스를 먹으러 왔다가 사람들이 너무 많아 포기했던 기억이 났다.
그때 이 야외테이블에서 손님들이 땀을 흘리면서 먹는 모습을 보고 추워지면 오픈런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비가 오는 오늘이 바로 그 결심을 실행에 옮기는 날이다.
식당 앞 주차장으로 한 두대씩 차가 들어오기 시작한다.
우리가 처음이 아니었다. [이 정도로 인기가 있는 집이란 말인가?]
차에서 내려 들어가려 했지만 입구의 샷시골조는 창고의 분위기이지 입구의 느낌은 아니었다.
설마 하면서 건물 옆으로 돌아갔지만 이곳은 입구가 아니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아마도 우리 같은 사람들이 제법 많은 모양이다.
영업시간을 보니 평일에도 주말, 공휴일에도 이른 저녁장사까지는 하신다.
그것도 4월 10월까지이며 11월부터 3월 동절기에는 영업시간이 조금 더 짧아진다. [딱 점심장사만]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목조형태의 천장지붕이 옛날 스타일이다.
식탁도 의자도 바닥도 원목이다.
일자로 뻗은 넓은 홀처럼 벽에 걸린 그림도 큼지막한 것이 시원시원하다.
창 밖을 바라보면서 비 오는 소리를 들으면서 먹는 어죽은 더욱 맛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2인부터 가능하다는 것은 검색과 리뷰, 지인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메뉴판 아래 어떤 어죽인지 상세하게 적어놓은 글귀가 마음에 든다.
대부분의 어죽집처럼 깍두기와 배추김치가 등장하고 덜어먹을 앞접시 아니 뚝배기 그릇이 제공된다.
적당하게 익은 아삭한 깍두기와 젓갈맛이 강한 배추김치는 맛이 잘 들었다.
양푼그릇에 어죽 2인분이 담겨 나왔다. [국자와 집게로 조금씩 덜어먹는 시스템이다.]
소면과 깻잎이 붉은 국물 위에 두리둥실 떠다니는 비주얼이면서 양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다.
뒤적거려 보니 대파와 밥알이 양푼그릇 아래 부분에 제법 있다.
살짝 걸쭉하면서 진득한 국물과 아직 퍼지지 않은 소면 사이로 풍기는 꺳잎향이 식욕을 부른다.
어죽국물이 완전하게 배어 있는 소면의 식감은 나름 괜찮다.
향토적인 내음과 건강하게 다가오는 국물 맛의 포인트를 찾을 수는 없었다.
뒤늦게 나타나는 매콤함이 입 안을 얼얼하게 만들어주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고 난 후에 얻은 깨달음은 두 가지이다.
첫째, 어죽 2인분은 보기보다 양이 제법 많았다.
둘째, 용현집 어죽의 건강한 맛은 내 입맛에는 맞지 않는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유는 풍경을 바라보고 계곡의 물소리를 듣는 그 맛이 맛있기 때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