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당진을 갈 일이 없었다.
그래서 그리웠다.
고소하고 진한 국물 맛과 푸짐하게 들어 있는 국수와 새우가 한가득 들어 있는 이 어죽을 말이다.
오픈런을 해야 웨이팅을 하지 않는 식당! 점심시간만 딱 영업하는 식당! 혼밥 할 수 없는 식당!
지인과 당진에 갈 일이 있으면 반드시 먹어야 하는 사계절 식당에 오랜만에 왔다.
입구에 붙어 있던 그 많고 많던 소자보들이 없어졌다.
노키즈존, 혼밥불가, 반려동물 입장 불가라는 절대절명의 진리와도 같은 안내문구만 부착되어 있다.
우리는 딱 둘 뿐이고 키즈들도 아니고 개나 고양이같은 반려동물도 없으니 프리패스되시겠다.
매주 일요일은 안하고 10시 30분부터 13시까지 딱 2시간 반만 영업한다.
메뉴는 딱 한 가지 어죽이다. 소주, 맥주, 막걸리와 음료수도 있다.
생각해 보니 막걸리와 먹으면 궁합이 제법 어울리겠지만 차를 가져왔으니 불가다.
우리는 어죽 일반을 주문했다.
어죽을 기다리는 동안 깍두기와 배추김치가 나온다.
가을무로 담근 깍두기의 달고도 매콤한 맛은 입맛을 돋구어준다.
배추김치의 아삭하고 매콤한 맛도 어죽과 잘 어울린다.
오늘도 이 집 김치는 역시 맛있다.
사계절 식당의 어죽은 일반과 반탕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진한 국물을 떠먹으면서 오롯이 국수만 맛보고 싶다면 일반을 주문하면 된다.
이 국물과 함께 국수와 밥을 동시에 맛보고 싶다면 반탕을 주문하면 된다. [어죽 반 그릇과 공깃밥이 제공된다.]
사장님은 오늘도 소리치신다. 제발 국수 좀 남기지 말아 달라고... [그만큼 이 집 어죽은 양이 많은 편이다.]
커다란 그릇에 붉은색감이 아니다.
비주얼이 좀 달라졌다.
이 집을 몇 번이나 왔었는데 대파를 이렇게 많이 넣은 것은 처음이다.
고소하면서도 진했던 국물맛도 조금 변했다.
먹어도 먹어도 끊임없이 나오는 대파 때문인가? 어죽의 매콤함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
김치와 함께 먹을수록 매콤함이 쌓이고 쌓인다.
어느 순간 온몸에 땀이 흐르고 있고 입 안 가득 얼얼함이 밀려온다.
처음에는 꼬들거리는 국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어죽국물과 함께 퍼진다.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면서 먹는 어죽의 첫맛은 고소함과 진함이었다면
따뜻한 온기를 간직하면서 먹는 어죽의 끝맛은 얼얼함의 축적이었다.
사계절 어죽의 맛이 나쁘게 변했다는 것이 아니다.
조금 더 강렬하고 조금 더 얼얼하게 살짝 손을 본 느낌이다.
해장하기에 좋게 변했다고나 할까? 밥을 말아먹기 좋게 변했다고나 할까?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나로서는 살짝 당혹감을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