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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식당

맛 그리고 추억

by 구짱 이갈용 2024. 11. 11.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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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파란색이고 들판은 황금색이다.
가을은 다양한 색감을 만날 수 있는 계절이라 좋다.
노포집이면서 현지인들만 가는 한일식당에 요즘 한 달에 한 번 꼴로 간다.

옛 주택을 개조하여 식당으로 만든다는 것 자체가 남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요즘 시골의 옛 주택을 새롭게 변신하여 만들고 활용하는 세컨하우스가 대세다.
하지만, 한일식당은 하우스라기보다는 노포스러운 맛집의 스멜이 서서히 올라온다.

깔끔하고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는 입구와 마당을 지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방도 보이고 홀도 보인다.
약 4-5개 정도의 테이블이 놓여져 있는 홀 너머 주방에는 어머님 연세의 사장님이 국밥과 수육을 준비하고 계신다.

난 언제나 소머리국밥 보통을 즐겨 먹는다.
소머리국밥을 주문하면 커다란 섞박지 한 조각 혹은 두 조각과 잘 익은 아삭한 배추김치가 나온다.

함께 나오는 집게와 가위는 섞박지와 김치를 먹을 크기만큼 잘라놓으란 얘기다.
소금과 고춧가루를 따로 접시에 내어주시는 것은 소머리국밥의 간이 맞지 않으면 적당히 뿌려 넣으란 얘기다.

회색빛깔 국물 위에 거품들이 사정없이 터지면서 보글보글 끓는다.
검은색 뚝배기는 어느 새 구수하고 향긋한 국밥내음을 풍기면서 식욕을 자극한다.

두리둥실 유유히 떠다니는 대파를 하나 집어 먹어보니 아삭아삭한 식감이 그만이다.
바로 썰어 넣었기에 쿰쿰한 맛의 국물과는 대비되는 식감이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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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열기가 어느 정도 가라앉은무렵 대파 아래 숨어 있던 당면과 고기를 골고루 뒤적거려 본다.
쫀득하고 부드럽게 씹히는 머릿고기는 매콤한 김치와 먹으면 궁합이 잘 맞는다.

고기와 당면을 어느 정도 먹다가 밥을 말아본다.
뜨끈하고 시원한 국물이 밥알에 스며들면서 나의 식욕은 더욱 강하게 다가오고 나를 지배한다.

시원하고 알싸하게 입 안을 톡톡 건드려주는 섞박지 국물을 국밥에 넣어 먹는 것을 추천한다.
냉정과 열정, 냉탕과 열탕을 오고 가는 와중에 시원함과 진득함이 만나 또 다른 매력적인 맛을 만나게 될 것이다.

연세가 제법 있으신 할머니 사장님이 홀로 운영하는 곳이다.
현지 사람들이 많이 찾고 나 같은 외부인은 가끔 생각나서 찾을 것이다.
한 뚝배기 거뜬하게 먹고 나오면 온몸이 땀으로 가득한 것이 사우나를 한 기분이다.
오늘도 보양식 제대로 한 그릇 먹고 길을 떠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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