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아하는 메뉴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국민학교 아니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 가게에 가면 시켜주시던 음식이 하나 있었다.
시간이 딱 들어맞는 점심에 가도 때 지난 오후 늦은 시간에 가도 난 중국집 볶음밥을 먹었다.
고슬고슬한 밥알 사이사이로 넘쳐흐르는 기름들!
그리고 그 밥알들은 야채와 고기, 계란과 함께 입 안 가득 고소함을 자아냈다.
2024년 40대지만 난 여전히 볶음밥을 좋아한다.
밥알 외에도 시원한 짬뽕국물 혹은 담백한 계란국물을 곁들이는 것도 좋다.
짜고 단맛이 그득한 짜장소스를 비벼 먹으면 기름진 맛이 사라진다.
볶음밥과 짜장소스를 비비면 탄생되는 짭조름함과 담백함이 어우러지는 그 맛도 좋다.
넷플릭스의 짜장면 랩소디에서 백종원이 말한다.
볶음밥을 먹어보면 이 집 요리사가 음식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단박에 알 수 있다고...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강한 불에 윅을 돌리면서 밥을 볶아내는 기술
향신료의 첨가 정도와 기름을 적당히 내고 몇 번을 볶아낸 건지 볶음밥을 먹어보면 대충 안다.
그리고 볶음밥이 맛있는 집은 짬뽕국물과 짜장소스 역시 맛있었던 기억이다.
광천시장 입구에 위치한 노포집 봉래각
기름을 날리고 여러 번 볶아낸 다소 싱거운 볶음밥 재료에 불맛이 담겨 있었다.
간이 세면서 짠맛이 강한 계란국도 있었다.
결성동헌 근처에 위치한 노포집 인발루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기름진 맛이 밥알 사이사이에 스며들어 있다.
시원하고 칼칼한 짬뽕국물 한 모금에 속이 확 내려간다.
웅천시장 근처에 위치한 노포집 원풍장
깍두기도 함께 나오는 중국집이다.
담백하고 시원한 계란국이 속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살짝 볶아낸 [기름이 별로 없는] 볶음밥의 아쉬움을 사악 날려준다.
대천한내시장 근처에 위치한 노포집 가원식당
볶음밥에 기름이 많아서 먹으면 먹을수록 느끼함이 가중되었다.
짜장소스와 짬뽕국물도 간이 센 편이었기에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홀 손님 대부분 면을 드시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홍성 명동거리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 노포집 동해루
살짝 튀겨낸 듯한 계란 프라이를 깨뜨리면 노른자가 흘러내린다.
적절하게 배어있는 기름과 계란프라이의 고소함이 풍미를 만들어낸다.
짜장소스와 짬뽕국물의 깔끔하고도 매력적인 맛은 먹을수록 미소를 만들어낸다.
보령 오천항 근처에 위치한 노포집 서광반점
볶음김치를 주는 중국집이다. 이 볶음김치가 입맛을 살려주면서 맛의 밸런스를 잡아준다.
고기도 제법 많이 들어 있었던 이 집 볶음밥은 기본에 충실하다.
짜장소스도 맛있지만 해산물의 시원함이 인상적이었던 짬뽕국물이 좋았다.
나는 노포집을 주로 다닐 것이다.
때로는 맛, 위생, 친절 측면에서 보면 만족스럽지 못하다.
하지만, 모든 음식점이 내 입맛, 내 성향과 맞지 않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노포집에 가는 이유가 있다.
연배가 제법 있는 요리의 고수분들 건강이 언제까지 지켜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어쩌면 10년 안에 맛을 보지 못할 수 도 있는 식당도 있을 것이다.
난 그런 부분들이 너무 아쉽다.
적어도 한 자리에서 20년 이상 장사하셨을 분들의 실력을 맛보고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싶다.
추억의 음식 볶음밥은 2024년 지금도 나에게 추억을 만들어주고 있다.